졸업과 취업을 위한 밸런스 게임
어느 날, 취업 빅데이터 분석 기반 AI 취업 플랫폼 회사인 <그래이비랩>에 근무하고 있는 졸업생 제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회사가 취준생들의 취업과 진로의 길을 열어주는 플랫폼 회사로 각 분야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직무역량을 안내하는 영상 제작을 하는데 교수님을 꼭 인터뷰하고 싶습니다.“ 라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졸업한 제자들이 사회인으로 자리 잡는 데 있어서 필요한 정보와 네트워크를 꾸준히 제공해주고 있어 이번에도 흔쾌히 수락하고 인터뷰 영상을 제작하였다.
제자가 사전에 보내온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KBS 방송작가를 하면서 각계각층 전문가들과 했던 토크쇼가 생각나 절로 미소 짓게 했다. 인터뷰지에는 <CHAPTER 1>에 교수님 소개, <CHAPTER 2>에 콘텐츠 관련 직무와 키워드, <CHAPTER 3>에 콘텐츠 산업 취업, <CHAPTER 4>에 마무리 및 조언으로 나눠 총 23개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질문 하나하나는 방송작가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스승을 인터뷰하기 위해 많이 고민한 흔적이 여실히 보였다. 전공수업마다 콘텐츠의 독창성, 몰입도, 재미 요소 등을 귀 딱지가 아프도록 얘기한 탓일까, 영상의 재미 요소를 위해 <CHAPTER>를 넘어갈 때마다 “밸런스 게임”을 브릿지로 사용하였다.
밸런스 게임은 ‘한 분야에 특출난 재능 갖기 vs 여러 분야에서 평균 이상으로 잘하기 중 어느 것을 선택하겠는가?’, ‘ 오징어게임 vs 기생충 중 더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작품과 그 이유는?’ , ‘일은 너무 잘하는데 재수가 없는 동료 vs 일은 너무 못하는데 너무 착한 동료 중 누구와 일하겠는가?’, ‘평생 집 안에만 있기 vs 평생 집 없이 돌아다니기 중 어느 것을 선택하겠는가?’ 등이었다. 영상미디어에 익숙한 Z세대다운 유쾌한 발상과 재치 넘치는 밸런스 게임을 하면서 다행히 NG 없이 일사천리로 촬영을 끝낼 수 있었다.
제자가 보내온 편집본 영상을 보면서 ‘이제 마음을 놓아도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구조의 다변화와 다양성을 추구하는 N세대의 특징이 맞물려 쉽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을 하는 경우가 많은지라 취업한 졸업생들이 끈기 있게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놓인다. 얼마 전에는 졸업생이 결혼한다고 알려와 기쁜 마음으로 결혼식장에 가서 축하하러 온 제자들과 반갑게 해후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제자들 모두 직장에 잘 다니고 있다고 해서 밥벌이에 대한 걱정을 덜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5월 경제활동인구 조사-청년층 부가 조사 결과'에서 우리나라 청년층의 졸업(중퇴) 후 첫 일자리가 임금근로자인 경우, 첫 취업 평균 소요 기간은 10.8개월이 걸렸고, 첫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이 3개월 미만은 48.9%, 3년 넘게 걸리는 경우도 8.9%로 조사되었다. 이와 함께 첫 직장의 근속기간은 1년 6.8개월이며, 첫 일자리를 그만둔 임금근로자는 65.6%이다. 취업 후 최소 1년을 넘게 다녀야 이직할 때 경력으로 인정받기에 졸업 후 첫 일자리는 그만큼 중요하다.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저는 저 자신에게 늘 이렇게 묻곤 했습니다. '만약 오늘이 내 생애 마지막 날이라면, 과연 나는 오늘 하려고 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할까?' 그리고 여러 날 동안 계속해서 ‘아니요.’라는 대답이 나오면, 그때는 뭔가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곤 했습니다.”라고 연설하였다. 졸업을 준비하며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는 학생들이 더더욱 곱씹어 봐야 할 명연설이며, 밸런스 게임의 명답이다. (서경대신문 제565호 주간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