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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작가 방미영 - 저자와 소통하는 詩 - 가을고추

by 청문단 2009. 9. 21.

 




가을 고추


외롭다 말하지 말라
이제 막 수확한
붉은 고추가 온몸을 던져
햇볕을 흡입하고
그 흡입으로 제몸은
쪼그라들고
말라비틀어지는 것을 보았다면

열정을 다 발산하고도
제멋을 잃지 않는
고추의 농염함을 보았다면

그대
외롭대 가슴쓸어내릴 때
붉다 못해 검붉어진
마른 고추의
매운 맛을 기억하라


                                          시집 [잎들도 이별을 한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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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썼던 때가 아마도 힘든 때였을 게다...
남대문 시장에 나가 상인들의 목청쉰 소리를 듣고
다시 가슴을 피고 돌아서는 데 
낡은 집 옥상에 내건 묽은 고추가 눈에 띄었다.
나는 내 열정을 다 한 것일까..
나는 내 모든 것을 다 해 도전한 것일까 ...
정신이 번쩍 들었다...
검붉은 고추의 매운 맛이 내 온몸을 다시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