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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작가 방미영 - 저자와 소통하는 詩 - 서른 아홉 여인의 연가

by 청문단 2009. 9. 5.


서른아홉 여인의 연가
                      - 아,  어머니
                
                                     방미영
 
장충동 고개 언덕길을
숨차 올라오면
햇살만으로도 아름다운
서른 아홉의 어머니 서 있다.

손수 지어 입은
블루 빛깔 반소매 원피스는
일찍감치 산아제한한 터에
허리 잘록하게 넣고
긴 머리 틀어올려
하얗게 드러난  목덜미

아 무엇보다
그 목덜미 눈부셔
차마 바라볼 수 없었던
서른 아홉의 어머니
그곳에 서 있다

전라도 순천 땅을
야무지게 박차고 시작한
고단한 타양살이에도
  - 지혜롭게 살아야 한다
  - 남에게 줄 때는 내 입에 들어가는 것 보다
    더 반듯한 것을 줘야 한다
희망을 꿈처럼 먹여주신
어머니

서른 아홉 어머니가
내 거울 앞에 앉아
  - 괜찮다 잘 살아왔다
   - 부족함은 더 메우면 된다
얼굴을 부비신다

사랑이 목마를 때
울고 싶을 때
웃고 싶을 때
친구가 되어주고
연인이 되어주고
남편이 되어주고
아내가 되어주는 등대같은 어머니

예순 다섯 어머니 목덜미에
이제 입맞추고 싶다

                                            ---   시집 [ 잎들도 이별을 한다 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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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여자가 아니고 단지 어머니인줄 알았다...  여자를 다 포기하고 살아가는 줄 알았던 어머니가
어느날 거울에 마주 앉았다... 희디흰 목덕미가 유난히 아름다운 어머니기 거울 속에 단아하게 앉아 있었다.
여인이었다... 가장 아름다운 나이 서른 아홉의 어머니는 여인이었다.. .
미소 지은 여인은 완숙한 아름다운 향기를 내고 있었다...   
어머니!!!!!!!  서른 아홉의 딸이 그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어머니는 여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처음 하였다......

[ 서른 아홉 여인의 연가]는  내 어머니의 모습이자, 우리의 모습이고, 내 딸의 모습이다....
지금 내 어머니는 일흔 넷이다... 어느덧 더 이상 빛나보이지 않은 여인의 모습으로 굽어있지만
어머니의 향기는  천년을 이어가는 나무향처럼 은은하다...

위 시는 LA 한인방송의 전파를 타고 낭송된 시이기도 하다... 
모든 이들의 가슴에 어머니가 여인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bitnari님이 촬영한 비겔란공원의 모자상.